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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부용이 2009년 전업화가로 활동을 시작하기 전까지 대한민국 그래픽 디자인계에서 33년간 활약하면서 이룬 업적은 크게 일곱가지입니다만 그중 시기적으로 가장 먼저 대한민국 디자인사에 남을 만한 일을 벌인 것은 1977년 26세의 젊은 나이로 명지실업전문대학 전임강사로 임용되어 7년 동안 재직하면서 국내 최초로 편집디자인 과목을 개설해 강의하기 시작했던 것입니다. 황부용은 단 두 과목을 가르쳤습니다. 레터링과 편집디자인입니다. 홍익대학교가 대한민국 편집디자인계의 중심이 된 것은 안상수 교수가 부임한 이후로 1990년을 전후한 시기였기에 대략 10년 이상의 시간 차이가 있습니다.

...............명지전문대에서 7년 동안 재직했는데, 조금 과장해서 이야기 하자면 서울시내에 있는 웬만한 출판사와 잡지사에는 명지전문대 출신이 없는 곳이 없을 정도였습니다. 황부용이 국내 최초로 레터링과 편집디자인 과목을 개설해 강의를 하기 시작했던 1970년대만 해도 서울에서는 출판ㆍ신문ㆍ잡지 등의 편집 일을 인문계 출신들이 하고 있었습니다. 편집디자인 과목에서는 미국의 '타임' '세븐틴' '우먼즈데이' 등의 잡지를 교재로 사용했습니다. 훗날 프랑스에서 정규 편집디자인 과정을 유학하고 돌아온 정병규 대표는 황부용의 편집디자인 교육 방법론을 놀라울 정도로 탁월한 발상이었다고 평가했습니다.

...............첫 시간에는 편집디자인 분야가 취업의 문이 활짝 열려있는 신천지라는 것을 강조해서 강의를 했습니다. 선진국에서는 에디토리얼 디자이너들이 편집일을 한다고 소개하면서 수강생들에게 "이번 학기의 교재는 세븐틴 3월호입니다" 라고 고지를 해서 학생들이 꼭 같은 교재를 구입해서 두번째 수업시간부터 교재를 가지고 수업에 임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두번째 시간부터는 수강생들과 함께 "세븐틴 3월호" 잡지를 한 페이지 한 페이지 씩 같이 넘겨가면서 편집디자인 분야에서 사용하는 용어들과 편집디자인의 기본 원리와 기초 기술을 강의했습니다. 이론과 기술에 대한 강의는 대략 4주 정도까지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5주째부터 실기에 들어갔는데 각자 집에 보관하고 있는 가족사진들이나 사진첩에 있는 친구들 사진 등을 가지고와서 "가족이야기"나 "친구이야기" 등을 소재로 8페이지의 편집디자인을 과제로 부여해 여러가지 문제들을 함께 풀어나갔습니다. 16주의 강의가 끝날 때 쯤 되면 수강생들은 모두 자신감이 붙어있었고 수강생들은 서로 시중에 돌아다니는 구인 정보 등을 공유하며 졸업도 하기 전에 이미 빠르게 그들끼리 취업영역을 확장해 나갔습니다. 황부용이 편집디자인을 강의하기로 결심한 것은 임용직후 학장으로부터 취업이 잘 될 수 있는 과목을 개설해 가르쳐달라는 부탁이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Art Direction for Book section of daily newspaper The Chosun Ilbo, 2005~2006.
Editorial designer : Hana Kim.

Since March 1, 2001